내기 골프 좋아하시죠? ^^
알과 병아리 시절 비둘기 손에 이끌려 머리를 올리고 각종 내기를 배우며 비둘기 먹이공급원이었던 시절을 누구나 겪습니다. 어느덧 까치가 되어 빼앗겼던 모이를 되찾아오려 해보지만 비둘기들은 어느 새 기러기로 변신했고, 정직하기만 했던 평화의 상징이 온갖 반칙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어요.
이미 필드 위에서 올림픽 정신은 사라졌습니다. 이제 전쟁터입니다.알까기 신공이 등장하면 드리블 검법으로 응수하고, 심장이 튼튼하고 안면이 두꺼운 사파들이 그린 위에서 전설의 마크 비법을 전개하는지 감시하며 18홀을 돌다 보면 어느 새 몹시 사악해진 내 눈빛을 발견하게 되죠.
여기서 잠시 알부터 병아리 독자들을 위한 용어 해설
1. 알까기 - OB 지점 근처에서 공을 슬쩍 떨어뜨려 벌 타를 줄이는 기초 기술
2. 드리블 - 공을 툭툭 건드려 치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필수 기술
3. 마크 비법 - 남들보다 먼저 그린에 도착해서 내 공 위치와 무관하게 홀 근처에 마크하는 신기
기타 기술로는 구찌, 장갑 찍찍이 겐세이, 함께 공 찾아주는 척 하다 들고 오기 등등 많지만 다음 기회에 반칙만 전문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건 경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한 반칙은 행해집니다. 축구, 야구, 육상, 수영 등 모든 인기 스포츠에서 심심치 않게 약물사용이나 용품 변형으로 시끄러운 소식이 전해지죠.
유독 골프만은 예외입니다.
예를 중요시하는 신사의 스포츠라서 그런가요? 퍼팅하려는 순간 공이 살짝 움직였고, 아무도 본 사람이 없지만 선수 스스로 벌 타를 선언하며 1타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는 훈훈한 소식만 전해질뿐PGA 선수들이 반칙을 했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메이저 챔피언에 여러 번 등극한 전설의 스타라면 더더욱 그래요.
흠...
저 같은 일반인의 머리로는 이해가 잘 안 가더군요. 제 주변 사람들은 타당 천원에도 목숨을 걸고 반칙을 하는데 한 타 차이로 수천만,수 억 원의 상금이 오가고, 다음 시즌 출전권이 결정되는 프로의 세계가 어떻게 훈훈한 미담으로만 가득할까요?
사실 PGA 프로들도 반칙을 합니다. 걸리지 않을 따름이죠. 대회 마다 코스 곳곳에 심판위원들과 중계 카메라가 있지만 경기장이 워낙 넓기 때문에 사실 모든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수 십 명의 심판이 코스를 지킬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나온 대안이 양심을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로 프로의 반칙 기술을 소개할게요.
1. 알까기
74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4라운드 막판 우승을 놓고 경쟁하던 개리 플레이어의 공이 17번 홀 그린에서 100야드 남긴 지점 깊은 러프에 빠졌습니다. 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대략적인 공의 위치는 모두들 알고 있었죠. 플레이어와 캐디는 물론 동반자들까지 공을 찾기 시작했지만 제한 시간 5분이 다되도록 발견되지 않았고, 문제는 제한 시간을 불과 10초 남기고 캐디가 공을 찾아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공이 발견된 지점이 그린에서 60야드 남은 곳이었어요.
현장 갤러리는 물론 중계를 지켜보던 시청자들까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플레이어는 발견된 공으로 경기를 했고, 결국 74년 브리티시 오픈을 차지했습니다.
대회 마감 후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죠. 설마 위대한 개리 플레이어가 알까기를 했을까? 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플레이어가 원래 반칙의 대가라는 안티 팬들의 제보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동료 선수들의 반응도 차가웠어요. 잭 니클러스는 '...he always found a way to win..'이라는 묘한 말을 남겼습니다. 늘 이기는 방법을 찾아낸다는 말인데,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칭찬하는 표현일 수 있지만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죠. 톰 왓슨은 선수들의 반칙에 대한 질문을 받자 '...we know who they are...'라고 답했습니다. 누군지는 안다는 군요.
나중에 플레이어의 공이 발견되었다느니 우승 축하연에서 동료들이 조롱했다느니 수많은 루머가 양산된 초대형 사건이었지만R&A는 개리 플레이어의 반칙에 대한 확증이 없다며 우승을 인정했고,이후 지금까지도 그 문제를 언급하거나 문제삼는 언론은 없습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르죠.
미국 구글 사이트에 [Gary Player a cheat]을 검색해보시고,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세요.
누가 반칙하는지 안다던 톰 왓슨은 어땠을까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74년 이후 지금까지 왓슨은 개리 플레이어와 대화도 나누지 않습니다. ^^
2. 라이 개선 (드리블)
2009년 FBR오픈에서 케니 페리와 찰리 호프먼이 연장전을 치러 페리가 우승했습니다.
문제는 페리가 세컨샷을 하기 직전 공 뒤 잔디를 눌러서 치기 좋은 상태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온 것이었습니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전국 각지의 골프 팬들이 방송사와 PGA로 엄청나게 전화를 해댔지만 결국 경기에서 패한 호프먼이 문제 없다며 일단락되었습니다.
프로들의 라이 개선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가장 흔하고 쉬운 방법은 우드를 들고 어드레스를 취한 후 공 뒤 잔디를 꾸욱 눌러놓는 것이죠.스윙하기 직전 아이언으로 바꿔 치면 됩니다.
골프 규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러프에 빠진 공의 브랜드나 자신의 볼 마크가 보이지 않을 경우 심판 입회 하에 공을 집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 공인 줄 알지만 심판을 부른 뒤 집어 들었다 잔디 위에 아주 살짝 올려놓으면 됩니다. 잔디에 박혀 있는 라이에서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3. 마크
스윙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밥 토스키는 85년 대회 도중 공 뒤가 아닌 앞에 마크하다 걸려서 1년 뒤 투어를 떠났습니다. 골프다이제스트 헤드 프로 자리도 내놔야 했어요. 공 뒤가 아닌 좌, 우, 앞에 마크하는 정도는 애교입니다.
스코틀랜드 주니어 챔피언 출신 데이빗 로벗슨은 85년 브리티시 오픈 예선에서 더 대담한 방법을 썼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그린에 도착한 뒤 마크하는 첫 하며 공을 집어 듭니다. 그리고는 홀 가까이 걸어가다 마커를 슬쩍 떨어뜨려 놓았어요. 손으로 던지면 티가 나니까 자신의 핑 퍼터 뒷면 공간에 마커를 얹어놨다 동반자들에게 적발되었습니다.
R&A에서 벌금 2만 파운드와 투어 20년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는데 벌금은 끝까지 안내고 버텼습니다. 8년 뒤 아마추어 자격을 다시 획득해서 동네 아마추어 대회마다 돌아다니며 상품을 가져갔다니 정말 얼굴이 두꺼웠나 봅니다.
4. 경기 규정 악용
58년 마스터스에서 아놀드 파머의 12번 홀 티샷 공이 그린 옆에 박혔는데요, 구제를 요청했지만 심판이 불가를 선언했습니다. 결국 더블보기를 범했지만 파머가 심판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투 볼 플레이를 합니다. 원래 지점에 가서 공을 구제받은 뒤 파로 홀을 마쳤어요. 선수와 심판의 결정이 다르면 이의신청을 하고 투 볼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샷을 하기 전 투 볼 플레이를 선언해야 합니다.
파머는 더블보기를 범한 뒤 투 볼 플레이를 강행했고, 억울했던 심판은 만일 버디를 했어도 투 볼 플레이를 했겠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어요. 마스터스는 PGA에서 감독 심판만 파견하고 회원들이 대회 심판을 봅니다. 그 어떤 회원이 '킹'을 건드릴 수 있었겠어요. 파머가 15번 홀에서 경기하는 도중 경기 위원회에서 구제를 결정했고, 결국 스코어는 파가 되었습니다. 그 해 마스터스 챔피언은 누구였을까요? 네, 아놀드 파머입니다.
위 사건은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알아도 언급불가였겠죠.
언제 봐도 착한 할아버지 인상을 한 아놀드 파머, 프로 골프가 현재 위상을 갖추는데어쩌면 가장 큰 공헌을 한 신에 대한 불경은 업계에서 용납이 안돼요. 50년 이상 묻혀있던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당시 동반자였던 켄 벤추리의 자서전 때문이었습니다. CBS 해설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한 벤추리가 이제 와서 다 지난 옛일을 들추는 것은 자서전 판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그 동안 왜 침묵했느냐는 질문에 해설자 자리를 지키고 싶었다는 답을 한 것은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이유야 어찌됐건 파머의 반칙은 반칙이죠.
5. 챕스틱 ^^
투어에서 은퇴한 시니어 선수가 방송에 나와 비거리를 늘리는 프로의 반칙을 공개했습니다.
조금은 엉뚱하게 들리지만 챕스틱을 드라이버 페이스에 바르고 티 샷하는 것입니다. ^^
간단한 원리를 말씀드리면 공과 페이스의 마찰계수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얇은 유막 때문에 스핀이 줄어들고 런이 많아집니다. 구질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최대 10%까지 비거리를 늘릴 수 있어요. 티 샷 탄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슬라이스와 훅으로 고생하는 아마추어들은 큰 이득을 봅니다. 최대 20야드까지 늘어나요. 내리막 티 샷에서 가장 효과가 큽니다.장타 스티커의 원리와 같지만 비용은 훨씬 적고 페이스에 붙은 스티커 때문에 남들이 놀릴 염려도 없습니다.
보는 눈이 적을 때는 캐디가 챕스틱을 페이스에 발라서 선수에게 건네는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갤러리가 많거나 중계 중에는 티 샷하기 전 입술에 챕스틱을 잔뜩 바르고 오른 손으로 쓰윽 닦아서 손에 묻은 챕스틱을 공에 살짝 바르고 그 부분을 때립니다. 아마추어 여러분도 따라 해볼만한 PGA의 기술이죠? ㅎㅎ
6. 아이언 스핀 늘리기
유막을 이용해 스핀을 줄일 필요도 있지만 더 많은 스핀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긴 파3 홀에서 티샷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경우인데요. 이럴때는 끈끈이 성분을 이용합니다.
경기 중 선수들이 간식을 자주 먹죠? 라이스 크리스피라고 쌀 뻥튀기를 끈끈한 누가에 버무린 과자가 있습니다. 파3 티 샷하기 전 이 과자를 맨손으로 먹은 뒤 손에 묻은 끈끈이를 아이언 페이스나 공에 바르고 티 샷합니다.
약간이라도 스핀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요.
별 차이 있겠어? 하시겠지만 아이언 그루브 모양만으로도 스핀에 영향을 받는 프로 선수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칩니다. 송진가루, 투수들의 로진백, 체조 선수들이 쓰는 탄산 마그네슘 가루 모두 유용합니다.
가장 독하게 반칙하는 경우는 수건 끝에 겨울철 타이어용 스프레이 체인을 잔뜩 뿌려놓았다 샷 때마다 수건으로 아이언 페이스를 닦는 것입니다.
맺는 말...
오늘 언급한 내용은 100년이 넘는 프로 역사를 지난 PGA와 유럽 투어에서 이미 공개된 반칙들입니다. 영화 '타짜' 덕분에 전 국민이 알게 된 도박사들의 [밑장빼기] 손기술 같은 것이죠.
선수들 사이에서는 유치해서 이제는 사용하지도 않는 저급 기술입니다.모든 선수들이 이런 반칙을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구요,국내 프로 선수 한 분은 위 이야기 중 일부를 듣고 금시초문이라며 신기해 하더군요.
정상에 오르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국내 프로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니 오해 마시고 재미로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
무더운 날씨 속에 후반기 시즌을 치르고 있는 KLPGA 선수들 힘내라고 골프 영상을 모아 뮤직 비디오를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노래 가사와 영상을 매치해서 들어보세요.
영상출처 : J골프 - 2010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 1-3R
음원 : 말하는 대로 - 처진달팽이 (비상업적 용도로 영상 및 음원 사용)
나 스무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되지 왜 난 안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곤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
말하는대로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대로
생각한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알지 못했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 속에서 말하는 대로
말하는대로
말하는대로
될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마음먹은대로
(내가 마음먹은대로)
생각한대로
(그대 생각한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말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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